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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람뿌 작성일20-12-05 11:25 조회2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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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둔촌주공아파트 / 사진=김유경
#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입주권 매입을 알아보던 A씨는 최근 둔촌동에 있는 중개업소에서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둔촌주공 아파트 조합원 입주권을 지금 매수하면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중개사는 "동호수 추첨이 진행되기 전인 지금이 바로 매수 타이밍"이라며 A씨를 부추겼다. 수도권 모든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 제출이 의무화 됐는데 둔촌주공만 예외인 이유는 뭘까.

현재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 거래를 하면 무조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10월 말 이같은 내용을 담아 개정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한 후속 입법이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면 거래액수를 불문하고 자금조달계획서의 항목별 증빙자료도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자금조달계획서를 낸다는 것은 주택을 구입한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세세히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함께 제출하는 예금잔액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등 증빙자료는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받아보는 것으로 계획서와 대조해 면밀히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탈세 등 편법 증여나 대출 규정 위반을 저지르지 않았는지 국토부와 지자체의 검증을 받게 된다. 투기 수요를 완벽 차단한다는 취지다.파워볼실시간

주택 아닌 토지 거래여서 규제 안받아
그러나 투기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인근 중개업소를 방문하면 자금조달계획서 의무를 회피하는 법에 대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이 대표적이다. 둔촌주공 일대 중개업소들은 투자자들에게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수도권 모든 주택 거래 시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둔촌주공 조합원 입주권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는 이 거래를 주택 거래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총 1만2032가구 규모로 재건축 되는 이 단지는 작년 12월 건물 철거 작업이 마무리 됐다. 따라서 현재 입주권 상태로 거래되는 물건들은 사실상 '주택'이 아닌 '토지' 인 셈이다.

개정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3조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대상 확대 관련 내용을 보면 '규제지역 내 주택 거래 신고 시 주택 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 된다'고 나와있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주택'에 한정하고 있어 토지 거래에 해당하는 '멸실된 입주권'의 경우 이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다.

악용하면 곤란…분양계약 후 제출해야
이런 이유로 둔촌주공 뿐만 아니라 수색증산뉴타운, 이문뉴타운 등에서도 기존 주택이 멸실된 상태의 조합원 입주권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없이 거래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멸실된 입주권의 경우, 토지거래로 보기 때문에 자금조달계획서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투기 목적으로 이를 악용할 경우, 추후에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수 시점에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조합원 동호수 추첨이 완료되면 이를 '주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자금조달계획서는 물론 증빙자료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호수 추첨 완료 후 조합원은 조합과 분양 계약을 하게 되는데 분양 계약 후 30일 이내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 제출 의무가 주어진다.

이 관계자는 "중개업소에서는 계약을 빨리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만 강조하겠지만 이를 악용해 편법증여, 대출규제 위반 등으로 매수자금을 마련한다면 동호수 추첨, 분양계약 이후에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부언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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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공매도 투자업체 대학살”
유명 헤지펀드 “고통스럽다”

[EPA]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투자업체들이 38조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4일(현지시간) 금융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 자료를 인용해 테슬라를 공매도한 투자업체들이 올 들어 350억달러(38조원) 손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진행하는 매매기법이다.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음으로써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따라서 주가가 폭락하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지만, 반대로 급등하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S3파트너스에 따르면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업체들은 11월에만 85억달러(9조2000억원) 손해를 봤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46% 올랐고, 올해 들어 무려 600% 상승했다.

공매도 업체의 테슬라 손실 규모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았다. 애플 공매도에 따른 손실은 58억달러(6조2900억원), 아마존은 56억달러(6조800억원)였다.

S3파트너스 아이호르 두서나이워스키 이사는 “테슬라 공매도 업체의 이번 손실 규모는 내가 기억하는 한 비교할 만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

CNN은 테슬라 공매도에 따른 손실은 코로나 사태로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낸 올해 미국 항공업계 적자 규모 242억달러보다 많다면서 공매도 업체의 손실 규모를 ‘대학살’에 비유했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짐 차노스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근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 규모를 줄였고,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테슬라 실적과 비교해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에셋 대표는 “테슬라 수플레(달걀, 밀가루, 버터를 재료로 만든 요리)를 매도해야 한다”면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조롱했다.

머스크는 지난 1일 테슬라 직원들에게 내부 이메일을 보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가 대형 해머 아래 놓인 수플레처럼 박살 날 것”이라며 비용 절감을 촉구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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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전국 1000명 설문
문 대통령 지지율 39% 취임 후 최저
이재명 20%, 이낙연 16%, 윤석열 13%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여당 후보보다 3%포인트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4일 발표됐다. 다만, 오차범위(±3.1%) 내 격차였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대통령 선거 관련 어느 쪽을 더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44%가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41%는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주 대비 야당 후보 지지율은 3%포인트 상승한 반면 여당 후보 지지율은 6%포인트 하락하며 순위가 역전됐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갤럽은 8월 둘째 주부터 매달 한 차례씩 차기 대선과 관련해 같은 질문을 했다. 8·4부동산 대책과 임대차 3법 통과 직후인 8월 둘째 주 첫 조사에서는 정권 교체 응답이 더 높았지만 그 이후로는 현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8%포인트 차이로 우위를 보였다.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2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6%), 윤석열 검찰총장(1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 순이었다. 지난주 대비 이 대표의 지지율은 3%포인트 줄었고, 이 지사 지지율은 1%포인트 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2%포인트 상승했는데,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38%)을 비롯한 보수층의 지지가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도는 긍정평가 39%, 부정평가 51%로 집계됐다.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지난주보다 1%포인트 하락했고, 부정률은 3%포인트 상승했다. 지지율 39%는 갤럽 조사 기준으로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가 있었던 지난해 10월 셋째 주(39%), 올해 8월 둘째 주(39%)에 이어 이날 세 번째로 같은 수치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22%), ‘법무부·검찰 갈등’(9%) 등을 주로 꼽았다. 갤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충돌이 장기화·격화함에 따라 그들을 임명한 대통령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보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 케이 연구소장은 “추미애 장관 사태가 핵심 지지층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 지지층도 추 장관 조치에 납득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3%, 국민의힘 20%, 정의당 6% 순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주와 비교해 3% 포인트 하락하는 등 10월 넷째 주(40%)부터 계속 하락세다. 국민의힘도 지난주 대비 2% 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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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수시, 출입 통제에 학부모·수험생 정문 앞 배웅
"시험 보는 아이가 더 고생" "차 막혀 지각 걱정"

5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에서 수험생들이 논술 시험을 보고 있다. 2020.1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김근욱 기자 = "수험생 분들만 입장 가능합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첫 주말인 5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 학교 교직원들이 수시 논술고사를 치르기 위해 대학을 찾은 수험생을 정문 앞에서 안내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함께 온 학부모들도 시험장 건물 앞까지 들어갔겠지만, 이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교 측에서 수험생을 제외한 외부인 출입을 금지했다.

학부모들은 정문 앞에서 자녀와 헤어져야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며 학교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부모와 인사를 마친 학생들은 시험장까지 걸음을 재촉했다. 정문에서 시험장까지 거리가 먼 수험생은 학교 측이 준비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차로 수험생인 자녀를 데려다 줬다는 이성만씨(52)는 "차가 막혀서 지각할까봐 걱정했는데 시간 안에 들어간 것 같아 다행이다"고 밝혔다. 이어 "주차하느라 학교 들어가는 것은 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이씨는 "아이가 재수를 해서 수능 결과는 서로 물어보진 않았다"며 "코로나19로 준비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잘 되기만 바란다"고 응원했다.

김유진씨(51)도 이날 차를 타고 수험생 자녀를 데려다줬다. 김씨는 "근처에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에 왔다"며 "부모 마음이 다 그럴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카페 같은 실내에서 기다리기 쉽지 않은 날이다. 김시는 춥지 않냐는 질문에 "안에서 시험 보는 사람이 고생하는 날이니까"라며 "추운 것은 상관 없다. 계속 밖에서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많은 학부모가 테이크아웃한 커피로 추위를 달래며 정문 주변을 서성였다.

전날 딸과 함께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어머니 A씨는 "딸이 '범죄자를 놓치게 되더라도 억울한 사람은 만들지 않는' 검사가 되고 싶어 한다"며 원하는 대학 로스쿨에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7일까지 다른 대학 수시도 응시해야 해 당분간 서울에 머물 계획이라고 한다.


5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2021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보기 위해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0.1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날 같은 시간대 광진구 건국대 앞도 상황은 비슷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외부인 출입과 함께 바리케이트로 차량 진입도 막았다.

학교 관계자들은 바리케이트 앞에서 수험생을 안내했다. 간혹 택시를 타고 교내로 들어가려던 학생은 교직원의 제지에 정문에서 내렸다.동행복권파워볼

건대에서도 자녀를 들여보내고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목격됐다. 학부모 최모씨(48)는 텀블러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최씨는 "들어갈 수 있는 카페가 없을 것 같다"며 "한 시간이면 시험이 끝나니까 금방이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는 "아침에 여기까지 택시를 타고 왔는데 길이 너무 막혔다"며 "조금만 늦으면 지각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울산에서 올라와 여행가방 등 짐이 많았지만 "햇볕에 있으면 따뜻하다"며 바깥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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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그림책 작가들의 ‘돌파하는 힘’
(5) 고정순

링 위에서 두들겨 맞는 권투선수
손바닥이 상처투성이가 된 아이
불러주는 사람 없어 사라진 아이
‘그림책 출판 어둠 담당’이래요

난독증·학습 장애·중증의 질병
붓과 손 동여매고 그림 그리기도
고통이 내게 무얼 가르치나 생각
“코너에 몰릴 땐 팍 웃어버려요”

고정순 작가의 작업실이자 집인 서울시 은평구 아파트는 미니멀리스트의 집처럼 세간이 매우 적고 정리정돈이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거실에는 테이블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매일 화구를 들고 나와 이 자리에서 작업하고 마치면 다시 모든 재료를 깨끗하게 정리해 수납한다. 매일 아침 청소로 하루를 시작하게 한 아버지 덕에 생긴 습관이다. 워낙 잠이 없어서 하루에 두세시간 정도 자고 나머지 시간에는 늘 작업을 한다. 매일 루틴을 철저히 지켜서 자칭 별명이 ‘칸트’다. 작가 뒤에는 작업 중인 차기작 원화가 놓여 있다. 인간에 의해 지구에서 고통받는 여러 동물을 향한 미안함을 담은 책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산불에 희생된 코알라를 기리는 작품도 들어가 있다. 해란 작가


철학자 세네카가 말했다. “우리를 눈물로 몰아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웃음, 그것도 많은 웃음이 올바른 대응법이다.” 좋은 말씀이다. 하지만 반문이 든다. 눈물 나게 괴로운데, 웃으라니요. 사람 마음이 어떻게 그래요? 원망스럽고, 화나고, 미워하기 마련이에요. 웃을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어요?

고정순 작가의 그림책은 이에 대한 대답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시련을 마주하고 있다. <가드를 올리고>의 무명 권투선수는 링 위에서 흠씬 두들겨 맞는 중이다. 총 44쪽의 본문 중 40쪽이 맞는 장면이다. <철사 코끼리>의 소년 ‘데헷’은 사랑하는 아기 코끼리 ‘얌얌’을 잃었다. 고철을 주워 철사 코끼리를 만들고, 손바닥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될 때까지 끌고 다닌다. <나는 귀신>의 아이는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소외되었다. 불러주는 사람, 보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점점 사라져간다.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의 산양은 쇠락해가는 몸을 바라보다 죽을 날이 다가왔음을 직감하고, 죽기 딱 좋은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웃을 일 없는 사건의 연속’. 인터뷰 준비를 하며 드문드문 목격한 고정순 작가의 생애 역시 그래 보였다. 쪽방촌과 성매매 집결지를 이웃에 둔 영등포 무허가 흙집에서 보낸 유년기, 난독증과 심각한 학습 장애, 화실비 대신 청소를 해주며 오후반 수업을 들은 직업학교 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했던 오만가지 아르바이트, 난방시설이 없거나 싱크대 옆에 변기가 붙어 있는 작업실을 전전한 20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7살에 드디어 평생 헌신하고 싶은 꿈―그림책 작가―을 발견했지만, 중증의 다발성통증증후군 진단을 받게 되었다. 합병증을 일으키는 독한 약을 먹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었다. 붓을 손에 동여매고 그림을 그렸다. 빚을 갚으려고 홍대 골목을 돌며 그림을 팔았다. 어렵사리 계약해 준비하던 책은 인쇄를 앞두고 출판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엎어졌다. 데뷔까지 12년이 걸렸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울어 마땅한 그와 그의 주인공들은 기어코 웃는다. 자꾸만 쓰러지는 사람이 자꾸만 일어나 옅게 웃는다. 고단한 내력을 투명하게 비추는 시리고 아린 웃음. 인터뷰 내내 맞은편에서 빛의 세례가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지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스며 나오는 존엄의 빛이었다.


고정순 작가. 사진 해란 작가


버려진 상처와 장애 가진 아이들

―작가 소개에 자주 나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글로 쓸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이야기를 글로 쓴다.’ 자기표현 도구를 두가지나 가진 셈인데, 뜻밖에도 유년기에는 난독증과 학습 장애를 겪으셨다고요.

“저는 인식 체계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숫자나 단어는 암기를 너무 못하는데, 풍경이나 정서는 아주 세밀하게 기억해요. 학교에서 나머지 공부 하기 일쑤였고, 빨리 글을 떼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아예 글자를 읽지 못하는 상태가 된 적도 있어요. 우울한 성향에 잘하는 것 하나 없고, 벌레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니 부모님 걱정이 크셨지요. 그리고 제가 보고 느낀 사실을 이야기하면 어른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이야기로 들릴 때가 많았어요. ‘거짓말하지 마라’라는 훈계를 늘 들었지요. 그러면 기가 죽어 한참 입을 닫았고요. 내 안의 느낌을 설명할 언어가 없었어요. 이해받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했죠.”

―자기표현 방법을 깨친 계기가 있나요?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때부터 일기를 썼어요. 학교보다 일기가 더 좋았어요. ‘오늘은 재밌었다’라고 한 획 한 획 쓰면 ‘아, 내가 재밌었구나’ 하면서 저의 감정을 다시 인지할 수 있었는데, 감겨 있던 눈이 떠지는 것처럼 마음이 환해졌지요. 그때부터 뭐든 끼적이는 걸 좋아했고, 중학교에 올라가 시를 만났어요.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늘 갑갑했던 제 안의 여러 느낌이 시의 세계에서는 편안하게 수용되는 것 같았어요. 한참 후에 그림책을 알았을 땐 저에게 꼭 맞는 언어를 찾은 느낌이었고요.”

―‘그림책 출판계의 어둠 담당’이라는 농담을 즐겨 하실 정도로 작가님 책에는 슬프고 아픈 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나는 귀신>에서는 가정 폭력 피해자 어린이를,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희생하는 소방관을 불러냈습니다. <아빠는 내게 지켜줄게>의 ‘아빠’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이고, <점복이 깜정이>의 두 주인공은 버려진 상처와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오랫동안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며 가졌던 제 안의 외로움과 소수성 때문일 거예요. 비슷하게 외로운 존재가 있으면 알아봐주고 싶어요. 단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알아봐주면 누군가는 살 수 있거든요. 개인의 아픔이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도 많지요. 그럴 때는 정확하게 현실을 알리고 ‘우리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보면 어때요?’ 권하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어요. <철사 코끼리>에서 주인공 ‘데헷’은 자신을 아프게 하던 철사 코끼리를 용광로에 녹여서 아름다운 종을 만드는데요. 슬픔과 고통을 다른 의미로 승화한 장면이에요. 살면서 시련과 부정적 사건을 막을 도리는 없어요. 일단 찾아오면 온몸으로 겪을 수밖에 없지요. 다만 그 끝에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면 고통에 지지 않을 수 있어요. 고통이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는 인식의 전환이요. 행복과 즐거움도 물론 소중해요. 하지만 나와 타자에 대해 간절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건 반대의 감정이에요. 삶의 우선순위를 통렬하게 고민하게 하지요. 부정적 사건이 벌어지면 저는 자문합니다. ‘자,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싶은 게 뭐지?’라고요.”





원화를 모아둔 서랍. 아크릴 물감, 크레파스, 파스텔 크레용, 색연필, 사인펜, 동판화 등 작품마다 매우 다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다. 서랍 가장 위쪽에 놓인 건 최근작 <늙은 산양 이야기>의 원화다. 판화를 어렵게 배워가며 한 작업으로 몸을 많이 써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한계치를 넘어가니 정신이 오히려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해란 작가



고정순 작가의 책들. 해란 작가


―27살에 발병한 다발성통증증후군이 진행되면서 심장 판막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손아귀에 힘이 풀려 끈으로 붓과 손을 단단하게 동여매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셨어요. 질병이라는 시련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계신지요?

“질병 덕분에 정신승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었지요.(웃음) 고통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지 자꾸 생각해요. 예전에 의료 민영화 시도가 있었을 때, 제일 먼저 광화문에 달려간 사람이 저예요. 장애인 학우들과 공부 모임도 계획하고 있고요. 예전에는 독선적이고 불같은 성격이었어요. 질병이 공감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꿔주는 것 같아요. 저만 외톨이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는 정말 아픈 사람이 많더라고요. 발병 초기에는 억울함과 두려움에 짓눌려 있었는데, 이제는 역으로 저의 고통을 팔고 다녀요. 강연 가면 초반에 이렇게 말해요. ‘저의 생애주기와 작품을 떼어놓을 수 없어서 제 강연은 사연팔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요.(웃음) 몸이 불편한 독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제 고통을 전시하는 것도 괜찮아요. 고통으로 연대할 수 있다면요.”

―<가드를 올리고>에서 내내 얻어맞던 무명의 복서는 겨우 일어나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희미하게 웃어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가드를 올리죠. <늙은 산양 이야기>는 죽음을 향해 가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 유머가 있어요. 끝끝내 웃음을 선택하는 이 기묘한 힘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어머니가 남겨주신 정신적 유산 같아요. 무허가 흙집을 벗어나려고 밤낮 가리지 않고 시장에서 일하시면서도 늘 유머러스하셨어요.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어머니를 모셔 오라고 한 적이 있어요. 성적 나쁜 꼴찌 그룹 학생들은 야간대학 지원서를 써야 해서요. 상담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바깥에서 기다리던 저는 창피함이 몰려왔죠. 그런데 교무실에서 나오는 어머니가 밝게 웃으시는 거예요. ‘야, 여기 모인 애들 중에 네가 공부 제일 잘한대. 네가 1등이란다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막내 이모가 알려주셨어요. 그날 어머니가 이모를 붙잡고 엄청 우셨대요. 제가 온전한 개인으로 홀로 서지 못할 것 같다고요. 그런데도 당신의 불안의 무게를 딸에게 전가하지 않으려고 제 앞에선 농담을 하신 거예요. 어머니 영향인지 저도 코너에 몰렸다고 느낄 때는 팍 웃어버려요. 안 웃으면 어쩔 거예요? ‘내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을 때는 화, 원망 등 다른 감정이 올라올 수도 있죠. 하지만 진짜로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는 웃음밖에 기댈 곳이 없어요. 웃는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웃다 보면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질 수 있고 무게를 견디기가 조금은 수월해지지요.”


고정순 작가는 초기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연필 스케치를 하고, 펜으로 윤곽선을 똑떨어지게 그린 후 색으로 채우는 방식을 취했다. 그 방식이 갑갑하고 표현력이 떨어지는 그림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여러 바탕색을 겹치고 쌓으며 우연히 만들어지는 질감 위에서 연습 없이 곧장 그리는 방식을 좋아하게 되었다. 해란 작가


건강한 단념, 산뜻한 체념

―누군가의 눈에는 열악해 보일 수 있는 나의 환경을 수긍하고 아끼는 마음이 산문집 <안녕하다>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원망 대신 감사를 선택하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요?

“제가 아는 긍정은 ‘뭐든 할 수 있다’는 무한긍정의 희망과는 달라요. 저는 현실 인식을 먼저 합니다. 결여, 결핍, 부족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의 제한된 범위가 생겨요.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 나아가 환경을 이용하는 법을 찾아요. 일례로 통증이 너무 심해 침대에 누워만 있던 때가 있었어요. ‘이런 자세로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A4용지를 접어서 백지 견본 책을 만들고 그 위에 연필로 끼적일 순 있겠더라고요. 그때 약 50권의 견본 책을 구상했는데, 거동이 나아진 후 나온 책 대부분이 이때 구상한 작품이에요. 제가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좋아해요. 아버지 때문에 출셋길이 막혔다고 아들이 한탄하자 선생이 이렇게 말하죠. ‘이제 진짜 공부가 시작된 거다. 벼슬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거라.’ 이 말이 저에게 깊게 다가왔어요. 어차피 데뷔도 늦었고, 몸도 아프고, 많이 배운 사람들처럼 세련되지 못할 바에는 촌스럽더라도 진짜 내 이야기를 하자 마음먹었어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홀가분해지면서 다시 해볼 힘이 생겨요.”

살면서 단념 혹은 체념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가질 수 없는 것, 이룰 수 없는 것이 있다. 하지만 온 세상이 불가능은 없다고 떠드는 통에 ‘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에는 패배자가 된 기분에 시달리고 속이 꼬인다. 건강한 단념, 산뜻한 체념을 배울 순 없을까.

어떤 종류의 웃음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훗 웃어버리면 부정적 감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소가 쉭 빠져나간다. 끓다가 터져버리지 않게 적정 압력을 지켜준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고 웃어서 행복하다’라는 빛바랜 경구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런 웃음은 행복의 원인도 결과도 아니다. 태도다. 방향성에 대한 선택이다. 조건 없이 삶을 사랑하고, 단서를 달지 않고 생을 붙들기로 결심한 사람의 의지다.



고정순 작품 목록

2013년, <최고 멋진 날>, 웅진주니어

2014년,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낮은산

2016년, <슈퍼 고양이>, 웅진주니어

2016년, <안녕하다>, 제철소

2017년, <점복이 깜정이>, 웅진주니어

2017년, <가드를 올리고>, 만만한 책방

2018년, <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 봄나무

2018년, <엄마 왜 안 와>, 웅진주니어

2018년, <철사 코끼리>, 만만한 책방

2019년, <아빠는 내가 지켜줄게>, 웅진주니어

2019년,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노란상상

2020년, <시소: 나, 너 그리고 우리>, 길벗어린이

2020년, <나는 귀신>, 불광출판사

2020년,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만만한 책방

대표작

<가드를 올리고>

작가 소개

야간 전문대학에서 공예를 공부하고 진로를 모색하던 20대 어느 날, 그림책 <백만 번 산 고양이>와 <새벽>을 읽고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다. 지망생으로 12년을 보냈다. 오래 쌓아둔 이야기를 몽땅 풀어놓듯 거침없는 속도로 신작을 낸다. 연필, 오일 파스텔, 유화 물감, 콜라주, 판화 등 작품마다 재료를 달리 쓰는데, 화풍을 결정하는 건 체력이다. 아픈 몸을 살지만, 입담과 유머감각은 누구보다 살아 있다.





▶ 최혜진. 사람을 인터뷰하는 에디터이자 미술과 문답한 과정을 글로 쓰는 작가.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우리 각자의 미술관>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등을 썼다. 삶에 위로를 받고 싶을 때면 늘 그림책이 곁에 있던 것을 생각하며,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과 ‘세상을 돌파하는 힘’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격주 연재.파워볼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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